{"title":"기형도 시의 발화 전개 양상과 복수 주체 ‘우리’의 의미","authors":"Ha Jae-youn","doi":"10.31313/lc.2023.09.89.339","DOIUrl":null,"url":null,"abstract":"이 글은 기형도 시에 나타나는 인칭(대)명사 및 발화의 양상이 동반하는 시적 구조의 입체성과 확장성을 밝히고자 했다. 이어서 시적 주체가 희망을 발견하는 전환의 지점에서 호명되는 ‘우리’라는 복수 주체의 양상과 시적 의미를 살폈다. 이는 기형도 시의 미학을 성립시키는 형식적 특질이 갖는 의미를 밝힘과 동시에, 기형도 시의 세계관을 구성해내는 시적 방법론과 창작 방법론의 세부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이다.BR 기형도의 시들은 시 안에 불연속적인 발화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단일한 방향성으로 이루어지는 서정적 자아의 독백적 구조를 거부한다. 기형도의 시에서 ‘그’와 ‘나’의 끊임없는 교차가 전개되는 시들의 형식적 구조는 시적 대상과 시적 주체의 완전한 구분과 분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BR 기형도의 시에서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말을 건네는 발화가 갑작스럽게 삽입되는 순간, 이 발화는 시적 언술의 연속적 흐름을 분할하고 인물/시적 주체의 경계를 뒤흔든다. 죽음/삶, 현실/꿈, 절망/희망, 그리고 주체/타자의 대립과 모순은, 흔들리는 불안의 발생에 의해 고착된 이분법을 넘어서게 되고 둘 사이의 경계는 무너진다.BR 기형도는 고통과 절망을 함께 겪는 슬픔의 공동체로서 ‘우리’를 호명하고 이를 통해 시적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낸다. 이는 연결과 유대를 단절하고 고립과 배제를 실현하는 현실의 질서에 대한 기형도의 미학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기형도가 발견한 희망은 ‘나’의 부정과 극복, 변증적 지양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획득하는 것 즉, 현실의 ‘나’의 죽음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발견하는 역설의 희망이었다.","PeriodicalId":486410,"journal":{"name":"Bipyeongmunhak (Print)","volume":"50 1","pages":"0"},"PeriodicalIF":0.0000,"publicationDate":"2023-09-30","publicationTypes":"Journal Article","fieldsOfStudy":null,"isOpenAccess":false,"openAccessPdf":"","citationCount":"0","resultStr":null,"platform":"Semanticscholar","paperid":null,"PeriodicalName":"Bipyeongmunhak (Print)","FirstCategoryId":"1085","ListUrlMain":"https://doi.org/10.31313/lc.2023.09.89.339","RegionNum":0,"RegionCategory":null,"ArticlePicture":[],"TitleCN":null,"AbstractTextCN":null,"PMCID":null,"EPubDate":"","PubModel":"","JCR":"","JCRName":"","Score":null,"Tota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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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기형도 시에 나타나는 인칭(대)명사 및 발화의 양상이 동반하는 시적 구조의 입체성과 확장성을 밝히고자 했다. 이어서 시적 주체가 희망을 발견하는 전환의 지점에서 호명되는 ‘우리’라는 복수 주체의 양상과 시적 의미를 살폈다. 이는 기형도 시의 미학을 성립시키는 형식적 특질이 갖는 의미를 밝힘과 동시에, 기형도 시의 세계관을 구성해내는 시적 방법론과 창작 방법론의 세부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이다.BR 기형도의 시들은 시 안에 불연속적인 발화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단일한 방향성으로 이루어지는 서정적 자아의 독백적 구조를 거부한다. 기형도의 시에서 ‘그’와 ‘나’의 끊임없는 교차가 전개되는 시들의 형식적 구조는 시적 대상과 시적 주체의 완전한 구분과 분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BR 기형도의 시에서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말을 건네는 발화가 갑작스럽게 삽입되는 순간, 이 발화는 시적 언술의 연속적 흐름을 분할하고 인물/시적 주체의 경계를 뒤흔든다. 죽음/삶, 현실/꿈, 절망/희망, 그리고 주체/타자의 대립과 모순은, 흔들리는 불안의 발생에 의해 고착된 이분법을 넘어서게 되고 둘 사이의 경계는 무너진다.BR 기형도는 고통과 절망을 함께 겪는 슬픔의 공동체로서 ‘우리’를 호명하고 이를 통해 시적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낸다. 이는 연결과 유대를 단절하고 고립과 배제를 실현하는 현실의 질서에 대한 기형도의 미학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기형도가 발견한 희망은 ‘나’의 부정과 극복, 변증적 지양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획득하는 것 즉, 현실의 ‘나’의 죽음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발견하는 역설의 희망이었다.